어린 시절 나의 부모님은 맞벌이 부부이셨다. 당시 부모님이 쉬시는 날은 일요일 단 하루 뿐이었는데, 그날이면 언제나 지하철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친가댁을 방문하곤 했다. 한편, 매년 여름에는 기차와 버스를 타고 두 시간 거리의 외가댁에 가서 휴가를 보냈었다. 8월 초, 가장 덥고 이동 인파도 많은, 길어야 4일이었던 짧디 짧은 휴가였지만 그 기억은 실로 강렬히 남아있다. 우리가 도착하면 언제나 환한 얼굴로 우리를 맞이해 주셨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얼굴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명히 남아 있으니 말이다. 또, 우리가 집으로 돌아갈 때면 할머니, 할아버지는 우리가 시야에서 다 사라져 점만큼 작아질 때까지 몇 분이고 계속해서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셨다. 그 모습은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언제나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우리 아이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첫째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7살 현재까지 아이의 조부모 즉, 나의 부모님과 매주 혹은 격주, 혹은 적어도 한달에 한 번 이상은 꼭 만나왔다. 한번 만나면 당일에 헤어지는 법은 거의 없고 적어도 1박, 길면 몇 주를 함께 보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무척이나 잘 따르고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도 나의 어린 시절에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주신 사랑이 무척 소중하고 아련하듯이 우리 아이 또한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지금의 기억이 특별할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언젠가 맞이할 이별이 어쩌면 정말 많이 힘겨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말이다.
이 책을 나는 자연스레 우리 아이의 시선이라고 생각하며 읽게 되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먹먹함이, 두번째 읽었을 때는 눈물이 차올랐다. 그림에는 단 한 명의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데, 나는 그 점이 그렇게나 슬프게 느껴졌다. 완벽한 부재가 너무나 현실처럼 다가와서였던 것 같다.
가족과의 이별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만약 누군가 지금 그 긴 터널 속을 지나고 있다면 이 책을 선물하면 어떨까. 어쩌면 여러 말보다도 더 깊은 위로를 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었으며, 이 글은 본인의 주관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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