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newly-published book)

나는 홈스쿨링하는 엄마로 살기로 했다 / 이자경

곁에, 2023. 5. 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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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의 첫 기관은 아이가 최소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을 때 보내고 싶었다. 다행히 우리는 그때까지 아이를 가정에서 돌볼 수 있는 여러 요건이 충족되고 있었고, 아이 또한 일찍 말을 시작한 편이라 만 두 살이 지났을 즈음 이제는 어린이집에 보내도 되겠다는 결정이 서게 되었다. 당시 아이는 한국 나이로는 네 살이었기 때문에 혹자가 보기에는 충분히 어린이집에 갈 만한 나이가 아닌가 싶을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두 돌을 갓 지난 개월 수에 아직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엄마랑은 단 한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그저 매우 어린 아이였다.

생후 매일 24시간을 함께 보내던 엄마와 떨어지는 건 아이에게도 엄청나게 큰 사건일테지만 엄마인 나에게도 엄청난 용기와 인내가 필요한 일이었다. 매일 집에서 함께 꽁냥꽁냥 지내던 여유로운 삶을 뒤로하고 이른 아침부터 어린 아이를 데리고 외출 준비를 해야한다는 점부터 어린이집에 도착할 때까지 호기심 가득한 아이를 시간에 맞추어 데리고 가야한다는 점, 무엇보다 가장 힘든 일은 현관에서 선생님이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시는 그 순간이었다.

아이는 온 몸으로 저항하며 어린이집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했고 선생님은 나에게 이런 일이 익숙하다듯 눈짓으로 인사를 건네신 후 아이를 번쩍 안고 교실 안으로 들어가시곤 했다. 나는 한참이나 아이의 교실이 있는 창문 쪽에 머물면서 아이의 울음이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 시간 많은 생각들이 머릿 속을 스쳐갔는데, '내가 너무 일찍 아이를 기관에 보낸걸까, 어린이집에 가고 싶지 않은 아이를 내 욕심에 보낸 걸까, 나의 이 결정이 아이를 너무 힘들게 하고 있는 걸까, 선생님의 말씀처럼 이것도 그냥 평범한 한 적응의 과정일까' 등 생각은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그 시간을 버텨내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다. 마치 아이의 울음이 '나를 구해주세요'와 같은 구원 신호처럼 느껴질 때는 더욱더 자신이 없어졌다.
 
매우 어려운 선택이었지만 나는 계속해서 아이가 기관을 잘 다닐 수 있도록 기다려보는 선택을 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홈스쿨링을 하는 삶을 선택했다. 심지어 저자에게는 현재 네 명의 자녀가 있는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취학 전 기관은 물론, 초등학교까지도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홈스쿨링이라기 보다는 언스쿨링에 가까웠다고 말한다. 기관에 가는 대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자연에서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는 편을 선택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아빠까지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후 제주도로 터를 옮겨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 이후에는 영천이라는 도시로 이사하여 함께 텃밭을 가꾸는 등 기관이 정해 놓은 스케줄에 따라 쫓기 듯 움직이는 것이 아닌 이 가족만의 보폭으로 하루하루 알차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것은 새삼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다시금 느낄 수가 있었다. 내 결정을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설득할 필요는 없지만 가족과 학교, 국가기관을 대상으로 그럴 일이 무수히도 많은 게 현실이니 말이다. 나의 육아관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저자의 결단력과 행동력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었으며, 이 글은 본인의 주관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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