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키즈(parachute kids)란 부모님이 계신 고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있는 친구나 친척 집에 맡겨진(dropped off) 아시아 국적의 아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실 나는 낙하산 키즈라는 말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관행은 수십년 전부터 현재까지도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고 한다. 낙하산 키즈들이 낯선 나라에서 부모도 없이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배우며 겪는 수 많은 어려움들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본인 역시 이러한 낙하산 키즈였음을 고백한다. 1979년 당시, 미국이 대만과의 교류를 중단하고 중국과 교류를 시작하자 혹시라도 전쟁이 날까 두려웠던 부모님은 저자가 열 살이던 해에 세 남매를 미국에 보내게 된다. 그리고 아빠는 다시 대만으로 돌아가 돈을 벌어 자녀들을 지원하고, 엄마는 가능할 때 미국에 들어와 시간을 보냈다. 부모님이 이렇게 세 남매만을 미국에 보낸 것은 더 나은 미래를 선사해주기 위함이었으며 저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러한 부모의 희생에 무척이나 감사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도 이 <낙하산 키즈>는 저자의 회고록이 아님을 강조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에피소드들은 자신의 가족이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겪은 일들과 주변 이민자 친구들의 일화들을 엮어 만든 허구의 이야기들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또한 이 책이 모든 낙하산 키즈를 대표하는 이야기가 되는 것을 매우 경계함과 동시에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들의 독특한 이야기를 그저 나눌 수 있는 용기를 얻길 바란다고 전하고 있다.
이 책은 1981년 2월 대만을 떠나 미국에 도착한 바로 그날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관광 비자로 입국하여 실제 관광을 즐기던 이들은 부모님으로부터 앞으로 미국에 남아 교육을 받을 것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아빠는 곧 대만으로 돌아가고, 엄마마저도 비자 문제로 역시 돌아간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세 자녀만 미국에 남게 된 것이다.
세 남매는 공부 외에도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했으며, 서툰 언어로 소통도 해야 했다. 또한, 의식주도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했다. 그렇지만 이것은 이들이 겪은 시련에는 빙산의 일각에 해당할 뿐이었다. 불법 체류자의 신분으로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이들을 노린 사기꾼에게 큰 돈을 빼앗기기도 했으며, 보험이 없던 그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병원비가 청구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겪기에 이들은 모두 너무 어렸고, 부모의 보호 아래 있지 못했으며, 무엇보다 건강하고 씩씩한 마음으로 그러한 상황들을 버텨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에 무척 마음이 아팠고, 이러한 현실을 너무 몰랐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하였다. 나는 그저 이방인으로서 혹은 아시아인으로서 미국에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것 정도로 이 책을 생각했기 때문에 더욱 충격이 컸다.
저자는 이러한 선택과 희생을 한 부모에게 지금 감사하다고 했지만 그렇게 이야기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의 시간이 있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또 반대로 먼 타지에 아이들만 덩그러니 보낸 그 부모의 마음은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
이 책을 계기로 좀 더 세상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혹시 이들 낙하산 키즈 남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었으며, 이 글은 본인의 주관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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