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표지에는 출발선에 서서 곧 달리기 시합을 앞두고 있는 네 명의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유독 한 아이의 얼굴에만 근심이 가득하고 무언가 불안해 보인다. 책의 제목처럼 그저 '체육이 싫은 아이여서 그런건가?'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무언가 이 책의 제목과 표지가 나의 흥미를 자극해 왔다.
이 책의 주인공 '노루'는 미술 시간은 너무나 좋아하지만 체육을 정말 싫어하는데, 사실 나는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육상부에 발탁이 되어 1교시 전과 방과 후에는 달리기 연습을 하곤 했다. 그 덕분인지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단 한번도 계주 선수로 발탁되지 않은 적이 없었고, 언제나 학급에서 가장 잘 달리는 여자는 바로 나였다. 내가 달리기에 대한 기억이 이렇게 좋은 것은 이런 많은 성공 경험 덕분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우리 아빠에게 있다. 아빠는 내가 운동회에서 계주 선수로 뛰는 날이면 단 한번도 빠짐 없이 나를 보러 오셨다. 바쁜 일과 중에 어렵게 낸 시간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그것이 너무 감사했고 뜨거운 사랑이 온전히 전달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체육이란 과목이 좋아졌는지도 모르겠다.
한편, 내게 미술 시간은 거의 지옥과도 같았다. 나는 학교 미술 수업 외에는 단 한번도 미술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그것이 문제라면 문제일까. 애석하게도 지금까지 살면서 나보다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만나본 적이 없다. 안타깝게도 그림만 못 그리는 것이 아니다. 완성해야 하는 것이 그림 그리기든 만들기이든 간에 나는 미술 수업 시간이 반 이상 흐를 때까지 아무런 시작하지 못한 날이 대다수였고, 완성에 가까운 작품을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멋지게 완성해 나가는 친구들을 그저 바라보며 작아지고 또 작아지던 그런 아이였다.
이런 나의 경험 때문인지 체육 시간을 너무도 싫어하는 '노루'의 마음을 너무나 공감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그러나 노루는 나와는 달랐다. 그저 체육을 계속 싫어하고 피하는 데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닌 마침내 어떤 계기로든 스스로 노력하고 도전해 나가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면에서 '노루'는 나보다 훨씬 멋지고 용감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 너무나 재미있었다! 전체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자연스럽게 나의 어린시절이 떠오를만큼 귀엽고 재미있는 대사와 에피소드들이 너무 많아서 처음부터 마지막 장까지 이야기에 푹 빠져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이 작가의 겨우 두 번째 책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만큼 너무도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 책이라 초등 아이에게도 또 어린 시절의 동심을 다시 한번 느끼고픈 어른들에게도 이 책을 너무나 강력하게 추천한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었으며, 이 글은 본인의 주관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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